2024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우승자 안세영이 던진 폭발음의 후폭풍이 거세다. 그가 파리에서 던진 ‘선수들의 부상관리, 훈련 방식, 소통 없이 이루어지는 대회 출전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에 들어와서 밝힌 “돈”에 관한 문제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런 여러 문제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돈 문제에 관한 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입장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규정에 따르면 고졸자 선수가 실업팀에 입단할 때 계약금은 7년 동안 1억 원을 넘을 수 없고, 연봉 상한선도 5천만 원이며 그것도 처음 3년간은 매년 7% 이상은 올릴 수 없다고 한다.
최근의 파리올림픽 금메달은 차치하더라도 세계선수권에서 1개, 아시안게임에서 2개의 금메달을 비롯하여 수많은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이가 월 416만원 상당에 준하는 연봉을 받았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는 안세영이가 속한 삼성생명 일반직원의 초봉과 비슷한 수준이며, 일반직원들에 대한 삼성의 풍성한 연말 성과급을 감안할 때 안세영은 그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왔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군다나 삼성생명에서 찍은 광고 수입은 연봉에 포함된다고 하니, 그동안 삼성생명은 안세영이를 앞세워 얼마나 많은 혜택을 누려 왔는가?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정한 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삼성생명은 이 불합리한 노예계약을 스스로 철폐할 수 있는 힘과 능력과 덕을 갖춘 일류 기업이라고, 여러 행동으로 선언할 수는 없었는가?
현재 대한배드민턴 협회의 규정대로 하면, 국가대표가 되면 개인 후원의 여지가 오히려 줄어들고, 기타 경기복과 용품도 협회가 지정한 것으로 사용해야 하는 구조이다. 물론 안세영은 각종 포상금과 상금 등으로 돈방석에 앉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수익은 또 다른 문제이다. 자신의 명성에 걸맞게, 세계 스포츠계에 걸맞는 혜택을 스스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안세영은 “계약금과 연봉, 광고료 등을 풀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하는 선수에 대한 역차별이다”라고 말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협회는 배드민턴이 비인기 종목으로서 수백 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시장성을 생각할 때 부정적으로 말하지만, 금전적인 것을 많이 풀어줬을 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도 되고 시장성도 확대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배드민턴은 현재 비인기 종목이지만 앞으로의 해법에 따라 인기 종목으로 부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큰 종목이다.
공산국가처럼 계획경제를 추구할 것이냐, 아니면 이미 검증된 시장경제를 택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더 이상 토를 달아서는 안 된다.
국민은 ‘협회가 기업에 선수들의 연봉과 광고를 제한하는 선물을 주는 대신 반대급부로 무엇을 받았는가’ 궁금해 한다. 71억에 달하는 금년도 정부 보조금이 선수와 코치진, 그리고 경기력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는 대회 출전비와 훈련비에 얼마나 지출되었는지, 알기 원한다.
혹시라도 기부금을 한 푼도 안 낸 40여 명의 회장단과 임원들의 이런 저런 복지에 쓰였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댓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선수들은 노예가 아니다. 무명시절에 키워줬다고 해서 두고두고 우려먹는 일은 연예계나 스포츠계에서 퇴출해야 한다. 선수의 몸값이 오르고 사회 경제 전반이 나아지면 거기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수들이 당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가 되길 눈여겨 보자.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