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의 동물의 왕국을 보노라면 자연과 생태계의 깊은 신비를 맛볼 수 있다. 아름다운 초원보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살기 위해 쫓고 쫓기는 동물들의 모습이다. 담당 PD는 다양하게 접근하고 연출하여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는 풀을 뜯고 있는 임팔라를 잡아먹으려고 접근하는 사자를 보면 가슴을 졸이며 포식자가 실패하기를 갈망한다. 반면에 화면이 사자 동굴을 비추어 굶주림에 지친 어린 새끼들을 보여주면 어미 사자가 꼭 먹잇감을 잡아 오기를 갈망한다. 기획자의 연출에 따라 시청자의 마음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 심리전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김정은은 후계자로 세울만한 아들이 없는지, 공식 행사장에 딸 김주애를 데리고 나타난다. 이는 우리에게 상당한 인식변화를 주고 있다.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 후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한 권력 중심부 인사들을 잔인하게 죽여버렸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우방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잔학무도한 김정은이가 김주애를 데리고 다니는 장면이 자주 언론에 노출되면서 그 일가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이 지구상의 가장 악랄한 철권통치가 단란하게 보이는 가정, 김정은의 부성애, 현대 젊은 여성 옷차림의 김주애 이미지에 완전 가려지고 있다. 임팔라를 공격하는 사자의 이미지가 아니라 동굴에서 새끼들과 뛰놀며 먹이를 걱정하는 단란한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북한 정권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치 김정은이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간인 것처럼, 북한이 자유와 평화와 인권을 중시하는 정권인 것처럼, 대화를 하면 얼마든지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공동운명체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민주주의를 표방한 세계 유일의 세습 독재정권이다. 아름다운 강산을 가장 피폐하게 만든 정권이요, 김씨 일가를 신처럼 떠받들고 정적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정권이다.
고모부를 벌집이 나도록 쏴 죽이고, 탈북자를 잡으면 소처럼 코를 꿰어서 잡아가고, 반란을 모의하다 잡힌 군인들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산 채로 화형을 시키는 짐승만도 못한 정권이다.
김정은 김주애의 화기애애한 모습, 김여정의 활동, 스포츠에서의 북한 미녀 응원단, 이런 모습에 감추인 북한 정권의 본질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